무인양품(MUJI) 포스터에서 읽을 수 있는 동아시아 미학
1. 여백의 활용
동아시아 회화에서 여백은 단순히 그리지 않은 부분이 아니라 감상자의 상상으로 채워지는 개념이었다. 어떤 대상을 그리면 그 대상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그리지 않음으로써 본질에 가까워지는 표현으로써 여백을 즐겨 사용했다.
하라 켄야의 <무인양품> 포스터는 이러한 여백의 전통을 재해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과 그 외의 요소는 대부분 제거한 공간은 소비자가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각자의 경험에 따른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2. 하이쿠(俳句) · 와카(和歌)와 선종화의 영향
동아시아 문화권인 일본 역시 중세부터 문학과 예술에서 최소한의 표현을 미적인 것으로 여기는 전통이 있었다. 전통 시(詩)인 하이쿠와 와카는 최소한의 언어를 사용하여 서정적인 분위기를 창출하였다. 선종화에서는 화려한 장식적인 표현보다 간략한 필선만을 사용하여 본질에 가까워지는 방식을 선호했다.
하라 켄야는 이러한 전통을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요소로 활용하여 간결함과 절제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고요한 하늘, 단순하면서도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지평선,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한 명의 인물은 명징하면서도 명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자아낸다.
3. 무인양품과 ‘무(無)’의 개념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명 자체가 ‘브랜드명이 없는 좋은 물건’을 의미하듯, ‘무(無)’라는 개념은 브랜드 철학의 핵심이다. 앞서 설명했듯 동아시아의 미술과 철학에서는 이 ‘무’가 단순한 공허함이 아니라 가능성과 개방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포스터 속 인물이 있는 광활한 공간은, 소비자가 자신만의 삶의 이야기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여지를 시사한다.
따라서 <무인양품> 포스터는 침묵 속에서 말을 거는, 혹은 비어있지만 가득찬 조형 요소를 활용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함과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나와 공간 그리고 제품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하라 켄야는 동아시아의 회화 전통과 일본의 미학에서 계승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을 명확히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