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글을 쓰고 싶다면 피해야 할 5가지

1. 나의 경험을 영웅 서사로 꾸미지 말기
고생했던 과거를 쓸 때 독자가 느낄 감정에 앞서 '그 어려운 일을 견뎌낸 나'에게 심취하면 안된다. 이건 자기 연민으로써 나만 보는 일기장에 쓸 때는 치유가 되지만, 남에게 보일 때는 부담스러운 나르시시즘이 된다.
공개적인 글에서 나의 고생담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나누기 위해 쓸 때 의미가 생긴다. 감정의 과잉을 빼고 사실 위주로 건조하게 서술해야 한다. 감동은 내가 전달하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맡겨야 될 요소다.
슬램덩크의 “왼손은 거들 뿐”처럼 감동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이끄는 게 아니라 거든다는 마음으로 쓰는 게 좋다.
2. 나의 행복을 ‘전시'하거나 '증명'하려 하지 말기
진짜 행복한 사람은 굳이 타인에게 자신의 행복을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다"라는 문장을 반복해봤자 어차피 글 속에서 내가 행복한 사람인지 여부는 독자가 판단하는 영역이다.
글에서 반복하는 자기 확신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읽힐 위험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행복하다'고 결론적으로 말하는 대신 행복했던 일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게 좋다. 독자가 글을 다 읽고 나서 ‘아, 이 사람은 참 행복하게 사는구나’라고 스스로 느끼게 만들도록 내려 놓을 줄 아는 대범함을 갖춰야 한다.
3. 나의 삶, 생각, 취향을 높이기 위해 타인을 비교 대상으로 삼지 말기
보통 나의 소박함을 강조하기 위해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속물적인 것으로 정의내리곤 한다. 하지만 이는 '취향의 도덕화'라는 오류에 빠진 것이다. 정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삶이 화려하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저 나의 행복과 만족에 집중할 뿐이다.
예를 들어, 스몰 웨딩을 선택한 나를 스스로 높이고 칭찬받기 위해 “요즘 식대가 최소 10만원인 호텔에서 결혼하는 게 유행이라지만”, “이런 선택을 한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등의 말은 비교를 통한 도덕적인 우월감에 지나지 않는다. 남과 비교해야만 유지되는 자존감은 자존감이라 할 수 없다.
4. 현실에 '뿌연 감성 필터'를 씌우지 말기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묘사할 때 과도한 형용사나 상투적인 비유는 안하니만 못하다. 일상을 묘사할 때도 최대한 건조하게 써야 한다. 감성적인 형용사를 쓰는 것은 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 그럴싸한 이미지로 조작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추상적인 감성 표현은 자제하고 관찰하거나 경험한 것을 구체적이되 담담하게 쓰는 게 좋다. ‘영화 같은 일상’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따라서 별 것 아닌 나의 일상을 포장해봤자 독자는 이게 과장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챈다.
5. 나의 생각과 보편적인 진리를 구분하기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바가 내 개인적인 것인지, 모두에게 통용되는 보편적인 진리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개인적인 깨달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리처럼 포장하는 것은 설교다. 독자는 공감하고 싶어서 글을 읽지 설교를 듣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건 나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겸손함을 유지하고, “이런 경험을 해보니 나는 이런 마음이 들었다"라고 멈추는 게 오히려 설득력이 생긴다. 이 역시 판단은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감동은 나를 스스로 포장하고 칭찬할 때 생기는 게 아니다. 나를 최대한 객관화하고 담담하게 표현할 때 비로소 감동의 출발선에 설 수 있다. 감동이라는 결과를 맛볼 이는 내가 아니라 독자이므로 나는 그저 감동이라는 공을 기교부리지 말고 패스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