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긴장감>

백제 미술을 참 좋아합니다.

이른 아침에 안개가 자욱했던 정림사지의 고요함을 머금은 채 외롭게 서있던 <오층석탑>의 모습부터 아침 해가 떴을 때, 저녁에 해가 질 때 등 해의 위치에 따라 다른 분위기와 모습을 드러내는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등 백제만의 우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경주와 달리 '고즈넉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공주, 부여, 익산만의 매력도 좋아하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백제 미술의 매력은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백제금동대향로>를 보면 가장 위에 위치해있는 봉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는 게 아니라 부리와 목으로 아슬아슬하게 받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백제관음상>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목조관음보살입상>은 오른손에 정병을 들고 있는데 마치 무중력 상태에 놓인 것처럼 정병의 무게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꽉 쥐고 있는 것보다 손가락으로 살짝 들고 있는 모습에 시선을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정림사지오층석탑>의 처마 끝은 하늘을 향해 살짝 꺾여서 올라가 있는데 이는 백제탑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과장되게 지붕을 드리우거나 간결함을 강조하기 위해 짧게 만드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멈출줄 알았다는 점에서 당시 백제인들의 미적 센스를 강하게 느끼곤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들 모두에서 감지되는 미적 긴장감은 미술작품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여러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상념에 자주 빠지게 됩니다. 작가를 알 수 없고 천 수백 년의 세월을 지나왔기에 생기는 유쾌한 상상도 이 작품들에 아우라를 덧입혀줍니다.

<백제금동대향로>로 만든 문화상품이 뮤지업샵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린다는 기사를 접하고 다시 멍하니 바라보며 여러 생각에 잠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