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네즈미술관에서 조선시대 제주 관아에서 사용하던 범종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사물함과 화장실이 있는 지하 계단 밑에 있었다고 하네요. 네즈미술관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술관 못지 않게 인기가 높은 정원에는 곳곳에 설치한 청동기, 불상 등도 있습니다. 방치까지는 아니지만 ‘이걸 여기에 놔둬도 괜찮나’ 싶은 것들이죠.

일본의 사립박물관 · 미술관들,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고미술을 주요 소장품으로 삼고 있는 기관은 제국주의 시절에 성장한 재벌들이 당시에 취득한 유물을 바탕으로 설립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쓰이기념미술관, 네즈미술관, 이데미쓰미술관,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 센오쿠하쿠코칸, 세이카도문고미술관 등이 그렇습니다.

이 기관들에는 중국, 중앙아시아 미술과 함께 우리나라 문화재가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체 170여 점 중에 140여 점이 일본에 있는 고려불화를 들 수 있죠. 당연히 환수해야 할 문화재도 많이 포함된 건데, 문제는 환수의 대상을 정의하는 것부터 어렵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너희가 약탈해갔으니 이제 돌려줘”가 성립해야 하는데 그 문화재가 당시에 정식으로 구매한 것일 수도 있고, 선물받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구매했거나 선물받았다는 증빙이 명확하면 환수가 불가능합니다.

아님 문화재가 넘어간 때가 아주 오래 전 일이라서 어떻게 취득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엔 소유자 입장에선 구매나 선물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니 당연히 환수에 동의하지 않겠죠. 결국 약탈해간 것이라는 증명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현 소유자의 호의에 기대어 환수해오는 게 가장 좋지만 때로는 ‘영구 대여’라는 형식으로 현 소유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대신 실질적으로 우리가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참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가장 쉽고, 빠르고, 간편한 방법은 사오는 겁니다.

조선시대의 <독서당계회도>(1531)처럼 경매에 나왔을 때 구매해오는 게 가장 깔끔하지만 이 역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현재 국가유산청(문화재청)에서는 10여 년 전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설립해서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조사하고 환수해오는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력 수나 예산면에서 아직은 아쉬운 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문화재의 환수라는 좋은 취지에 공감한 민간 기업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롤 게임 제작사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BTS의 RM도 기부한 적이 있구요.

이번에 네즈미술관에서 발견된 범종이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조금 우려스럽긴 합니다. 특히 사립의 경우는 뭐랄까.. 좀 비밀스럽다고나 할까요? 공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어쨌든 현재는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겁니다. 관련 뉴스를 보니 이 범종이 없어서 제주가 전국 17개 시도 중 제야의 종소리를 울리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하던데 반환받든, 구매해오든 제자리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via. MBC 뉴스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