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래 설명
<Bubble>에서 신체는 부풀려지고 과장된 코스튬을 입고 서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관계 속에서 늘 연극을 하며 살아간다. 다소 기이한 모습으로 가장한 신체를 통해 작가는 일상에서 포착되는 추상적인 내면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강조한다.
- 쉬운 설명
<Bubble> 속 사람은 여러 겹의 뽁뽁이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원래 몸과는 다르게 아주 커 보인다.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배우처럼 연기하며 살아간다. 작품 속 사람은 이상한 모습으로 자신을 감추고 있다. 작가는 이런 이상한 겉모습을 통해 숨겨진 것들을 오히려 더 강하게 표현한다.
《시적 소장품》 전시 ‘쉬운 글(Easy Read) 해설’ 제공
모두가 전시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일부 작품에 대해 ‘쉬운 글(Easy Read) 해설’을 준비했습니다. ‘쉬운 글 해설’은 어려운 표현을 쉽게 바꾸고 각주를 사용해 설명하며,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아이콘과 읽기 편한 디자인으로 제공합니다. ... 쉬운 글 해설은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올해 처음 시도된 것으로, 특히 성인 발달장애인분들을 기준으로 이해의 어려움 없이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시적 소장품》 전시에서 쉬운 글로 작성된 13점의 작품 해설을 만나보세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시적 소장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쉬운 글’로 해설한 작품을 본래의 설명문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있습니다. 쉬운 글로 해설했다고 해서 작품 설명들을 모두 읽어 봤는데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대한 씁쓸함이 아니라 미술계 전시 풍토에 대한 씁쓸함이었습니다.
전시 서문에 밝힌 대로 쉬운 글로써 장애인을 배려하고, 대중의 미술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목표를 떠나 원래, 당연히 이렇게 해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무슨 말인지 한참을 읽어보고 곱씹어 봐야 겨우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쓰다가 이렇게 ‘특별히’ 대중을 배려하는 이벤트를 열어서 쉬운 글로 설명하겠다는 점이 잘 이해되지 않더라구요. 전시는 본래 전공자들끼리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시민을 위한 교육의 성격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어려운 전문 용어를 많이 써야 학술적이고,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전시가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전시의 주제를 설정할 때 기존 인식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출품작을 선별할 때 충분한 근거를 갖고 학계의 통념과 다르게 한다면 충분히 학문에 기여하는 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작품 설명을 쉽게 풀어쓴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본래 설명문 중에 “다소 기이한 모습으로 가장한 신체를 통해 작가는 일상에서 포착되는 추상적인 내면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강조한다.”는 문장은 쉽게 와닿지 못하고 머리 주위에서 겉도는 느낌이 듭니다. 모래알을 겨우 한 움큼 쥐었는데 옆으로 다 새버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한 관람객이 거꾸로 문장을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거죠. 아마 “기이한 형태의 신체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흔히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을 극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별다른 의식없이 모두가 습관적으로 하고 있을 때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므로 이번 전시의 취지는 좋았습니다. 점차 편안한 글로 해설해주는 전시가 많아지긴 할텐데 그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전시에서 작품명을 쓸 때 <백자청화운룡문호>, 이런 식으로 써왔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을 필두로 점차 <백자 청화 구름 용무늬 항아리>라고 풀어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이 변화를 처음 접했을 때 ‘아 이렇게 쓰니까 훨씬 좋구나’라며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현대미술 역시 이 전시를 계기로 이해하기 쉬운 글로 설명을 해주는 전시가 점점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https://sema.seoul.go.kr/kr/whatson/exhibition/detail?exNo=81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