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학자로는 회화사의 안휘준, 이성미 교수님, 도자사의 강경숙 교수님, 그리고 불교미술사의 문명대, 김리나 교수님이 계십니다. 이외에도 훌륭한 학문적 업적과 후학을 길러내신 분들이 많습니다만 제가 학부생일 때는 이분들의 논저를 주로 공부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분들의 글이 굉장히 깔끔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도 원로 선생님들의 옛날 논저를 읽으면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조금 더 공부를 하고나니 선생님들의 글이 굉장히 명료했고 작품 분석도 치밀했구나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한국미술사가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을 때 공부하셔서 그런지 작품 양식분석을 굉장히 강조하시는 점도 비슷하죠. 미술사는 어찌 되었건 작품으로 증명해야 되는 학문이니까요.

이번에 불교미술사의 원로 학자이신 문명대 교수님의 반가사유상 책이 출간됐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꼭 쟁여둬야 하는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반가사유상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단독상으로 6, 7세기에 많이 제작되었고 그 중에서 국보 83호와 78호는 세계 최고의 걸작이라는 점은 특기할 만합니다. 반가사유상 도상을 해석하면 크게 2개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싯다르타 태자가 깨달음을 위한 출가를 놓고 고민하는 ‘태자사유상’이고, 다른 하나는 56억 7천만 년 후에 이 세상에 내려오셔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놓고 사색 중인 ‘미륵보살상’입니다. 정답을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삼국시대에 미륵신앙이 유행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나라 반가사유상들은 미륵보살상으로서 제작된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 책도 이 점을 중심으로 총 100여 점의 반가사유상들 중 6점의 걸작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항상 함께 거론되는 일본의 고류지(広隆寺) 소장 <목조미륵반가사유상>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되었는데 아마 한국 서적으로는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국보 83호 소개할 때 참고 내용 정도로만 언급되었거든요. 고류지(広隆寺) 소장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나는 이만큼 인간의 실존을 평화로운 모습으로 진실되게 구현한 예술품을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한 바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 책으로 정확하게 공부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점 가기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7세기 전반, 국보 83호, 국립중앙박물관
<목조미륵반가사유상>, 7세기, 고류지(広隆寺), 일본 교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