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구매를 위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술품 구매를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검색하면 대부분 아트 테크, 조각 투자, 수익률 같은 말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작품을 통한 수익 실현은 처음부터 그냥 ‘보너스’ 개념으로 설정해두는 게 좋다.
내가 갖고 있는 작품이 가까운 미래에 유명세를 얻어 가격이 뛸지, 아닐지는 10년 뒤에 어떤 헤어 스타일이 유행할지 맞추는 것만큼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50년 뒤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고 믿는 게 더 그럴싸하다. 이건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처럼 노력하면 되는 일이긴 하다.

위의 작품은 1958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무려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작품을 알아보는 이는 아마 전공자 외에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 인기가 높다고 해서 훗날에도 이어지리라는 법은 없다. 반대로 지금은 무명의 작품이지만 나중에 재발견되어 좋은 평가를 받을지, 아니면 계속 무명으로 남을지 역시 알 수 없다. 시대의 변덕스러운 취향이 어느 날 갑자기 어떤 무명 작가를 호명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과거에 어떤 미술이 유행했는지를 알고, 지금 어떤 경향이 지배적인지 읽을 줄 알면 최소한 지금의 유행이 단발성에 그칠지 아닐지 정도는 감지할 수 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트 테크'부터 시작하면 생기는 문제
미술품 구매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단어가 아트 테크다. 미술(Art)과 재테크(Tech)의 합성어인 이 말은 작품을 사서 구매한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는 뜻이다.
"어디서 사는가, 얼마에 팔리는가, 수익률은 몇 퍼센트인가."
문제는 이 프레임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정작 '작품을 보는 눈'은 좀처럼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를 잘 하려면 내가 다루는 게 부동산이든, 달러든 상품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게 당연하고 실제 다른 투자 분야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다. 아파트 임장 모임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트 테크 분야에서는 “과거 경매 낙찰가 추이가 어떻고”, “예상 수익률은 얼마고” 등의 이야기만 할 뿐 정작 상품인 작품에 대한 이해는 부수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 한 채를 구매하기 위해 임장을 다니며 주변 환경, 교통, 교육, 상권, 건물 상태 등 여러가지를 조사하는 것처럼 아트 테크를 하고 싶다면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해야 누군가가 내가 소장한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팔고 싶은 상품의 가치에 대해 잘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누군가가 사주기를 바라는 건 그저 운에 기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술품 투자는 왜 주식보다 어려울까
미술 작품 구매를 위한 공부를 투자 중심으로 하기 어려운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주식은 기업의 실적과 산업의 흐름, 거시 경제라는 '읽어낼 수 있는' 재료가 있다. “1+1=2”처럼 완벽하게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공부한 만큼 판단의 근거는 쌓을 수 있다.
반면 미술 작품의 가격은 작가의 평판 변화, 미래의 발견, 갤러리의 프로모션, 취향의 유행처럼 데이터화 시킬 수 없는 요인에 좌우된다. 기업 실적처럼 들여다보고 예측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구조적인 한계도 크다. 미술 시장은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을 직접 찾아야 하는 비유동적 시장이고, 가격 정보는 불투명하며, 거래 수수료와 보관 · 보험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미술품 수익률을 앞선다는 연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최근의 흐름만 보더라도, 2023년과 2024년 미국 S&P 500 지수가 2년 연속 25% 안팎의 기록적인 상승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미술 시장은 2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24년 미술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12%, 국내는 15%나 감소하며 전통 금융 시장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기록적인 코스피 지수를 보인 올해는 그 차이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낫다.
그래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미술을 향유하고 덤으로 차익 실현도 하고 싶다면, 미술 작품의 '가격'과 ‘데이터’를 좇는 공부 대신 미술사의 흐름과 작품을 보는 눈, 즉 안목을 기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안목이 생기면 한 작가와 작품이 미술사의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 그 맥락에서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익숙한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면 화랑의 프로모션이나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오래 곁에 둘 작품을 스스로 고를 힘이 생긴다.

이 사진은 1960년 덕수궁 돌담길에서 화가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했던 《벽전》을 촬영한 것이다. 당시 미술계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중심으로 앞서 본 <그늘의 노인>과 같은 구상회화가 메인 장르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세계 미술의 트렌드가 유럽의 앵포르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등 추상회화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젊은 화가들은 이 전시를 개최하며 구태의연한 관전에 항의하는 뜻을 내비쳤다.
만약 이 당시에 미술 작품 투자에 관심있는 누군가가 미술사의 흐름을 알고 있었다면,
“구상회화는 옛날부터 그려진 건데 아직도 이걸 고수하고 있다니.“
→ “외국에서는 지금 추상회화가 각광받고 있다.”
→ “유럽에 유학간 우리나라 화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 “조만간 우리나라도 추상회화가 유행하지 않을까?”
→ “젊은 작가들의 추상회화 중 잘 그린 것을 사두자.”
이런 생각의 흐름을 가졌을 것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대단한 혜안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술사적 흐름이라는 근거를 갖춘 생각이기 때문이다. 수익률로만 미술 작품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인과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술 작품을 소유하는 진짜 보상은 감상과 소유의 기쁨에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거실 벽에 걸어두면, 매일 즐겨도 그 가치는 닳지 않는다. 쓸수록 낡는 보통의 물건과 다른 지점이다. 미술품 구매를 위한 공부의 목적지가 안목이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안목은 손해 보지 않는 유일한 자산이고, 설령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감상과 소유의 기쁨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술품 구매를 위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안목을 먼저 세우고, 시장 지식은 맨 마지막에 얹는 것이 좋다. 우선 미술사의 큰 흐름부터 익혀 놓아야 한다. 한국미술사와 서양미술사의 연대기적 흐름을 세워두면 내 안목의 뼈대가 되어줄 것이다. 이후 어떤 작품을 만나도 과거의 일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는 사고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많이 봐야 한다.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 페어를 다니며 학계나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작품을 눈에 익히는 경험(나는 이걸 ‘눈에 바른다’라고 표현한다)은 어떤 책도 대신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작가 한 명을 깊이 파보며 것을 추천한다. 옛날 사람이든, 현재 활동하는 사람이든 모두 좋다. 그에 대한 연구, 평론, 전시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미술 전반을 보는 눈이 함께 넓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미술 시장의 현황을 익히면 된다. 옥션의 웹사이트에 가입해서 추적하듯이 관심 있는 작가의 경매 결과를 살펴보고 추이를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순서를 지키면, 작품의 가치를 나만의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는 안목과 시장에 대한 판단력 모두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