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의 영문명, ‘Dansaekhwa’

‘묘법’ 작업 중인 박서보, 1977(via. 위키피디아)

현재 우리나라 미술사학계에서 이름을 두고 가장 논쟁이 치열한 것은 아마 ‘단색화’일 것이다.

단색화는 1970년대의 복잡한 맥락을 지운 채 2000년대 들어 미술 시장의 필요에 따라 사후적으로 명명된 ‘발명된 전통’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단색화가 걸어온 유통 경로와도 맞닿아 있다. 단색화는 그동안 갤러리들의 프로모션에 힘입어 상업적 성공을 달성했고 요즘은 소위 ‘K-Art’의 대표 주자로까지 부상했다. 그 결과 단색화 쏠림 현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이 같은 시장 위주의 행보는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실험미술 등 다양한 미술의 위축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단색화의 대표적 특징으로 대개 ‘정신성’이나 ‘수행’을 거론하며 서구 미니멀리즘 미술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서양미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되레 서구적 시각에 영합한 오리엔탈리즘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양미술과 다른 점을 부각하려고 정신성을 강조했지만, 사실 정신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서구가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시선의 주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색화로 묶이는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같은 성격을 띠거나 동일한 양식을 공유하는 게 아닌데도 하나의 범주로 단정해 묶어버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 결과 작가마다 다른 예술적 동기와 단색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형식이 ‘정신성’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히면서 학문적 엄밀함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처럼 단색화는 개념의 설정, 특징의 도출, 그리고 용어까지 아직은 설익은 감이 있는 1970년대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개별 연구가 쌓이다보면 자연스레 정리되긴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영문 표기까지 공식화되어 가고 있어 훗날 이를 수정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가 더 어려워지겠다는 우려가 든다.

단색화 붐이 일면서, 그 영문 표기가 ‘Dansaekhwa’로 어물쩍 공식화되었다. Dansaekhwa 표기는 앞서 언급한 제3회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한일 현대 미술 단면》에서 처음 공식화되었다. 이후 별도의 논의 없이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간된 《한국의 단색화》 전시 자료에 인용되면서 관례화되었다. 전시 연계 심포지엄의 자료집은 ‘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ing’으로 명기했다.

Dansaekhwa 표기의 취지가 의미심장하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에 ‘한국의 독자적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한 명칭상의 통일이라는 것이다. 정신적 배경이나 태도, 형식을 대변하는 것과 무관하게 무역 상사적 사유에서 비롯된 작명이요, 표기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의 추상화는 ‘Chusanghwa’로, 사실주의 회화는 ‘Gusanghwa’로, 실험미술은 ‘Silhummisul’로 표기해야 한다.

심상용,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사람in, 2025), pp. 102-103

단색화의 영문 표기는 2010년대 이전까지 ‘Korean Monochrome Painting’을 사용했다. 요즘은 용어에 대한 깊은 논의없이 한국적인 것을 의식하며 만든 ‘Dansaekhwa’가 자리잡은 듯하다.

'Dansaekhwa'를 영문 표기로 쓰자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적은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알파벳화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고유의 미술사조임을 강조하는 데 있다. 일본의 '구타이(Gutai, 具体)'나 '모노하(Mono-ha, 物派)’처럼 우리도 우리 식의 이름을 가져야 한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 이같은 발상은 심상용 선생님의 지적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의 특징을 고려한 게 아니라 한국의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는 것에 몰두한 ‘무역 상사적 사유’, 즉 상품화에 지나치게 경도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름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표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게 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이름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사유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름은 그렇게 인식의 울타리가 된다.

‘단색화’와 그 영문 표기인 'Dansaekhwa'처럼 상품화의 논리로 급하게 붙여진 이름은 그 이름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1970년대 한국미술을 바라보게 만든다.

마치 개명을 한 친구의 의지를 존중하지 않고 내 편한대로 옛 이름으로 계속 부르는 것처럼 ‘단색화’와 'Dansaekhwa'라는 용어는 1970년대 미술이 원하지 않았을 이름을 계속 불러주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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