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주제를 정할 때는 어떤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미술을 나의 콘텐츠로 삼아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 소중한 지식을 전달하고 싶다'는 열정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열정이 때로는 강의의 실패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본인은 미술이 너무 좋아서 미술사, 미학, 역사 등 재밌게 공부했기 때문에 뭐든 다 재밌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이 강의를 통해 얻어가고 싶은 마음을 외면한 채, 내가 재미있게 배운 지식을 그대로 쏟아내는 방식일 뿐입니다.

1. 강의는 지식의 나열이 아닙니다

강의를 기획해서 만드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콘텐츠' 그 자체에 매몰되는 것입니다. "르네상스 미술사를 완벽히 정리해 드립니다", "인상주의 미술을 알려드립니다"와 같은 주제는 공급자의 입장에서만 매력적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이와 같은 단순한 정보는 이미 유튜브 등 쉽게 접할 곳이 많습니다.

수강생이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단순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닿아있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입니다.

글이나그림 아카데미의 경우는 “미술사 교양서도 많이 읽고, 전시도 많이 다니고 있지만 정리가 잘 안된다. 이왕 공부하는 거 미술사를 전공 공부하듯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지적 갈증을 가진 분들이 주로 찾아주십니다. 여기에서 해결하고픈 고민은 “한 번에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죠.

2. 무엇을 해결해줄 수 있는가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강의 주제 후보를 정한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이왕이면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좋습니다.

"이 강의가 당신의 어떤 갈증이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 단순 지식 전달 : 조선시대 초상화의 특징과 의의
  • 고민 해결 중심 : 조선시대 초상화로 배우는 디테일의 힘

전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지만, 후자는 일을 하면서 디테일까지 잘 챙길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해줍니다. 주제는 동일하게 미술을 다루지만, 수강생의 현실적인 고민에 다가갈 수 있는지, 아닌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의 주제로 강의를 홍보하면 창의성이 중요한 일(기획, 디자인 등의 분야)을 하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관심갖고 살펴보게 될 겁니다.

이렇게 조금 더 삶에 밀착되고 고민까지 해결해줄 수 있는 주제를 미니 강의로 만들다보면 더 큰 강의 기획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할까"를 고민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그럼 점점 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강의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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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쿄에서 꼭 봐야 할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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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박물관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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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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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2쇄를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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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독립해서 혼자 일을 시작하며 강의, 콘텐츠, 전시기획, 컨설팅까지 큐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일을 너무 많이 벌려 놓기만 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가장 잘하면서 질리지 않을 일로 미니멀하게 좁히고 싶어졌습니다. 몇 개월에 걸쳐서 이런 고민, 저런 고민을 하고 계획과 구조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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