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2쇄를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2쇄를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5년 전에 독립해서 혼자 일을 시작하며 강의, 콘텐츠, 전시기획, 컨설팅까지 큐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일을 너무 많이 벌려 놓기만 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가장 잘하면서 질리지 않을 일로 미니멀하게 좁히고 싶어졌습니다.

몇 개월에 걸쳐서 이런 고민, 저런 고민을 하고 계획과 구조를 다시 조정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고민 결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더라구요. 처음 독립할 때 품었던 마음으로 말이죠.

미술작품을 매개로 관점 성장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이를 전달하는 일에 가장 행복하다는 걸 새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책 마무리 작업으로 한동안 휴재했던 뉴스레터(grinagrim.substack.com)도 지난 달에 재개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작년에 출간했던 책이 2쇄에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술 입문서이고, 서양미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동아시아 미술이라 폭발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사했습니다. 막상 2쇄 소식을 들으니,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도 그렇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동아시아 미술에 관심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미술을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썼습니다. 우리나라 미술을 이해하려면 이웃한 중국과 일본 미술도 함께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아시아 전체로 주제를 확장했습니다.

책을 읽고 전시를 보러 갔다는 이야기, 제 미술사 수업을 듣고 이 책으로 복습하며 동아시아 미술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글을 쓴 보람과 함께 미력하나마 책임감을 느낍니다.

미술이 특별한 감상의 대상임을 넘어, 일하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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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의 회화, 변하지 않음으로써 도달한 깊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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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의 추상회화에 대해 처음 공부를 할 때 뭔가 알 수 없는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다. 답을 알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물음 자체가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묘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미술사 속 여러 미술가들과 뭔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긴 했는데 정확한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니 그에 대한 답도 찾을 수

By Lee Janghoon
미술사 책,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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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미술사 공부를 제대로 해보려고 미술사 개론서를 펼쳐놓고 1장부터 읽기 시작한 분이 많을 겁니다. 선사시대, 이집트, 그리스. 이렇게 하면 한 달이 지나도 중세까지 가지도 못합니다. 한국미술사라면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출발해 삼국시대 어딘가에서 멈추곤 하죠. “순서대로 해야 제대로 공부하는 거 아닌가?” 이 생각이 미술사 공부를 어렵게 만드는 첫 번째 원인입니다. 아마 모든

By Lee Janghoon
변화의 시대, 한결같음으로 거장이 된 화가 유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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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서는 화풍의 변화가 많은 화가들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변화를 위한 그들의 실험 및 도전정신, 작품의 혁신성 등이 미술의 새로움을 위한 발전을 이끌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응노는 문인화에서 시작하여 일본 신남화, 반추상회화, 앵포르멜, 문자추상 등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렇게 다양한 화풍을 보이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했고,

By Lee Janghoon
기교라는 치명적인 유혹

기교라는 치명적인 유혹

“평담하고 천진한 것이 많아 당나라에도 이러한 품격은 없어 필굉의 위에 있으며, 근세의 신품 중에서도 격이 가장 높아 더불어 비교할 만한 것이 없다. 산봉우리들이 들고 나며 구름과 안개가 끼고 걷히는 데 교묘한 뜻을 꾸미지 않아 모두 천진함을 얻었다.” - 미불(米芾), 『화사(畵史)』 예술가에게 가장 치명적인 유혹은 기교에 빠지는 일이다. 캔버스

By Lee Jang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