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는 EBS의 <위대한 수업>을 보고 있다.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밤의 역사>편(2024. 04. 12)

명절 연휴에는 본가에서 쉬면서, 전을 부치면서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신기하게도 명절처럼 일상에서 벗어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이번 설 연휴에는 EBS의 <위대한 수업, GREAT MINDS>를 보고 있다. 정치, 경제, IT,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을 섭외하지만 나는 특히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좋아해 온 데다가 미술사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갖추는 데 도움도 된다.

EBS가 제작한 <위대한 수업>은 회사가 사명을 갖고 제작에 임하는 프로그램이다. 2021년에 첫 방영 이후 호평을 받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2023년에 정부의 예산이 절반 삭감된 데 이어 2024년에는 아예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중단될 뻔한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EBS에서 예산을 자체적으로 편성하면서(예산 테트리스, 십시일반에 가깝다) 적은 예산으로나마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위대한 수업은 클래식 책 같은 느낌이에요. 유행에 부합하는 게 아니라 사회 이슈들이 여러 개 쌓여서 묵직한 하나의 주제가 되고, 현재 발생하는 사건들이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지금 어떻게 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한번 정리해 주는 느낌.”

이 기사 속 사람들의 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대한 유산>은 TV 프로그램이지만 거의 고전을 읽는 것 같은 효과를 선사한다. 더구나 접하기 어려운 해외 석학들의 연구 내용을 재밌게 잘 편집한 영상으로 볼 수 있어 쉽게 이해하기에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명절을 맞아 본가에 가서 소파에 늘어지듯 누워서 <위대한 수업>을 보다가 어머니가 마늘을 빻아달라고 하시면 멍하니 마늘을 빻으며(바깥으로 다 튀는 가운데), 전을 부치라고 하시면 각잡고 앉아서 전을 부치면서 보고, 그러다가 다시 눕는 이 짧은 휴일이 꽤 평화롭고 좋다.

EBS 홈페이지에는 같은 내용이 자막, 더빙, 수어 버전으로 모두 업로드되어 있다. 이 세심함이 참 좋다. 역시 EBS다. 나는 더빙을 좋아한다. 성우들의 맛깔나는 표현이 내용의 재미를 더해주고, 성우들의 목소리 뒤에 작게 들리는 원어가 마치 세상과 역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큐멘터리를 보던 어릴 때의 추억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수업, GREAT MINDS>는 EBS 홈페이지에 가입만 하면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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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독립해서 혼자 일을 시작하며 강의, 콘텐츠, 전시기획, 컨설팅까지 큐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일을 너무 많이 벌려 놓기만 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가장 잘하면서 질리지 않을 일로 미니멀하게 좁히고 싶어졌습니다. 몇 개월에 걸쳐서 이런 고민, 저런 고민을 하고 계획과 구조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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