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생동'이 뜬구름처럼 느껴진다면

'기운생동'이 뜬구름처럼 느껴진다면
傳 고개지, <여사잠도(女史箴圖)>(권, 당 모본) 부분, 4-5세기, 비단에 색, 전체 24.8×348.2, 영국박물관, 런던

‘기운생동’은 원래 인물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미술사를 공부할 때 이해는 되지만 뭔가 뜬구름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개념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보시면 구체성을 갖게 됩니다.

'기운생동(氣韻生動)'은 미술 작품에 대해 말할 때 보통 “생동감이 있고 실감난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일상에서도 사용하죠. 그런데 정확하게 무엇을 보고 “기운생동하다”고 할 수 있는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이 말이 뜬구름처럼 느껴지는 건 뜻이 형이상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어디에 사용한 말인지를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운생동은 사혁(謝赫, 5-6세기 활동)이 회화를 평하는 여섯가지 기준 중 가장 첫번째로 세운 개념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산수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회화의 메인은 인물화와 초상화였습니다. 관상, 풍채로 인물을 평가하는 게 유행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사혁이 주로 평가한 회화 역시 대부분 인물화와 초상화였습니다. 그러니까 '기운'의 첫 출발은 풍경 등을 볼 때 느껴지는 안개 같은 무언가가 아니라, 그림 속 인물에게서 풍겨 나오는 인품, 정신을 가리킨 말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닮게 그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였습니다. 즉, 그림을 그릴 때 사람의 정신이 먼저였고, 외모는 그 다음이었던 겁니다.

이 기준은 나중에 산수화와 화조화로 확장되며 동아시아에서 그림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됩니다. 특히 붓과 먹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따질 때 사용되죠.

‘기운생동’이 뭔지 느끼고 싶다면 우선 옛 인물화나 초상화를 보며 저 사람의 인품이 어떠했을지를 나름 상상해보세요. 실제 그 인물의 성정이 어땠을지는 알기 어렵지만 작품에 표현되어 있는 것이니 아예 뜬구름잡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품을 보는 나만의 방식이 자리잡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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