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묵히는' 시간을 견딘 사람이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한 분야에 몸 담으며 쌓아온 관점, 철학이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관점과 철학은 자신의 전공을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고민하고, 혼나기도 하고, 좌절감을 겪는 일련의 과정과 이를 아웃풋(글쓰기, 직장 등)하는 경험을 통해 나도 모르게 쌓이는 것들입니다.

따라서 막막하겠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위 지식을 '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죠. 단순히 지식 암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미술사로 예를 들면, 책과 논문을 통해 누구나 작가명, 작품명, 작품 설명과 같은 지식을 암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암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유사한 사례에 대한 경험, 다른 학자들의 기존 평가, 나의 관점과 기준이 조화를 이룬 상태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몇 년에 태어났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작품이 언제 제작되었고 등을 암기하는 건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찾으면 됩니다. 암기에 시간을 투입하는 것보다 맥락을 음미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암기만 해서 아웃풋해봐야 생기없는 글과 강의가 될 뿐입니다. 그리고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오래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리에 남습니다.

이 분야에서 통용되는 관점으로 적절한 자료를 찾은 후에 "나는 어떻게 해석하고, 그래서 어떻게 평가한다"까지 이끌어내도록 '묵히는' 시간을 견디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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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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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면서 접하게 되는 광고의 수가 2020년대 들어 10,000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중 실제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그만큼 눈에는 보이지만 보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출근길에 늘 지나치는 가로수의 잎이 어제와 오늘 다른 빛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창가에 놓아 둔 화분의 그림자가 시간에 따라 조용히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By Lee Janghoon
책의 2쇄를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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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독립해서 혼자 일을 시작하며 강의, 콘텐츠, 전시기획, 컨설팅까지 큐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일을 너무 많이 벌려 놓기만 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가장 잘하면서 질리지 않을 일로 미니멀하게 좁히고 싶어졌습니다. 몇 개월에 걸쳐서 이런 고민, 저런 고민을 하고 계획과 구조를 다시

By Lee Janghoon
미술사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작품이 안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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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 전에 미리 공부를 하고 가는 편이다. 특히 외국에서 하는 전시를 보러 갈 때는 시간과 돈을 들여서 가는 것인만큼 공부를 미리 하고 가는 게 당연히 전시 보는 효과를 높일 수 있어 그리 한다. 학생일 때는 전시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작가의 생애도 정리하고, 가능하면 도록을 미리 구해 공부하며

By Lee Jang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