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막을 내린 서울역사박물관의 조선시대 통신사 특별전을 막판에 보고 왔습니다.
전시를 보면서 ‘빨리 올 껄. 여유있게 보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전시가 작품, 구성, 재미 모두 퀄리티가 매우 높았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광화문이라는 위치가 호감의 지분을 꽤 크게 차지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갈 때마다 괜히 내가 뿌듯할 정도로 전시가 좋았던 박물관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보니 서울시와 친선 우호 관계를 맺은 해외 여러 도시의 박물관들과 협력한 전시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오사카시의 오사카역사박물관, 도쿄시의 에도도쿄박물관의 소장품을 대여해서 개최한 건데 통신사를 공부할 때 한 번은 짚고 넘어가는 유물들이 대거 온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다만 홍보가 부족하여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더라구요.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이라는 제목은 쉽게 입에 붙지 않아 ‘마음의 물결이랬나?’라며 제목을 다시 찾아보게 할 정도로 임팩트가 있지 않았고, 포스터도 무슨 전시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뭐 이게 대수인가요. 작품이 좋고, 전시가 알차면 충분히 좋게좋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마음의 품을 스스로 넓히게 할 정도로 전시가 좋았습니다. 섹션 경계마다 있는 영상 콘텐츠는 지금까지 봤던 전시 속 영상 콘텐츠 중에 가장 영상미가 좋았고 내용도 알차서 마치 내가 당시의 통신사 사행원이 되어 고뇌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줬습니다. 한 편의 단편 영화와 애니메이션 같아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전시를 보고 온 지 열흘 정도 지났는데 곰곰이 전시를 떠올릴 때마다 내가 아무래도 일본미술사를 전공하고 통신사에도 관심이 많다보니 이 좋은 느낌이 개인적인 차원인 것인지, 아니면 보편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애매했습니다.
며칠 전에 아는 선생님과 통화하는데 이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 전시 중에 역대 최고였다고 하시더군요. 원래 과장해서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기에 더 믿음이 갔고 내 느낌이 개인적인 게 아니라는 확신을 받았습니다.
대개 어느 나라건 국립박물관 · 미술관에 비해 시립은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하긴 하지만 소장품이나 전시 수준, 규모 등에서 국립 못지 않게 좋은 곳이 많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시립미술관도 그러합니다. 저는 청계천박물관에도 마음이 많이 가더라구요.
전시 좋아하시는 분들은 서울시에서 하는 전시들도 한 번 챙겨보시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옛 서울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